난 사실 머플러에 대한 집착이 있다. 대단한 수집벽까지는 아니지만 맘에 드는 머플러에 대한 나름의 고집이 있다. 질좋고 디자인 좋은 것은 역시 값이 나가기 마련인데, 주머니 사정에 무리가 되어도 머플러는 꼭 사고싶어진다.어쩌다 알게된 이 머플러는 무려 캐시미어 형님즘 되는 소재인 파시미나인데, 매우 가느다란 캐시미어라고 보면 되겠다.내가 찾던 잉크빛이라(올 블랙에 얼마나 잘어울릴것인가😍) 구매했다.오늘 택배상자를 여니 앙증맞은 파우치 선물과 함께 머플러가 들어있다. 슈미르 전통방식으로 수제작했다는 증서에 캐시미어의 역사를 담은 리플렛 자료까지. 뭔가 감동이다. 그저 이쁘고 부드러우면 그만이 아니라 그러니깐 머플러하나도 스토리를 알면 이렇게 흐뭇하다.허영과는 다르다. 어린 시절 엄마가 감 좋은 옷을 골라 사주던 때를 지나(세자매 중 막내인 나는 물려받는 옷따윈 없었다. 부자여서가 아니고 어린것이 패션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 “내 돈 내 산”을 하며 이 자본의 땅에 한낱 소비자로 살지만 어느 날인가 “잘”소비 했을 때 맛보는 그런 기분이 있다. 바로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인데 그럴때 주머니를 털리고도 아주 충만해진다. 이 박스 안에는 후기를 쓰면 1만원 적립금을 준다는 손편지가 동봉되어 있었는데, 적립금도 땡큐고, 이 선물 상자(내가 나한테 한 선물)도 진심 땡큐다.소비자로 산다는 건때때로 행복하다.